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살생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파리나 모기가 방 안에서 뒹굴어로 창문 밖으로 내쫓는 것이 보통의 처방일 뿐, 파리약을 뿌린다거나 모기향을 피워본 일은 거의 없었다. 사실 그동안 아파트 고층에서만 살다 보니까 한여름에도 그것들이 그다지 성가시게 굴지는 않았었는데, 연립주택으로 이사오게 되니, 이것들이 날씨가 추워져도 극성이다. 이틀 연속 모기 때문에 새벽 다섯시에 잠을 깨고 보니 인내심이 극에 달해서, 나도 모르게 한마리를 죽음으로 응징을 하게 되었다. 벽에 흥건히 남은 모기가 섭취했던 내 피를 보곤 은근한 쾌감이 느껴졌다. 벽 대여섯 곳에 피자국이 더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