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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선화랑 지원이와 남이섬에 놀러가기로 했었지만, 선화가 금요일의 숙취로 토요일 내내 고생을 했다며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영화를 보며 일요일을 때우기로 했다. 지원이와 피카디리와 단성사 시네코아 등을 둘러보았지만, 딱히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서울극장을 들러보니 <내일의 기억>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 대한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와타나베 켄(渡辺謙)이 주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게된 것이다. 한 때는 <KINO>나 <씨네 21>을 정기구독한 적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영화잡지는 커녕 영화사이트들도 둘러보지 않는 이유로 개봉 영화에 대한 정보가 매우 어둡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반가운 이름을 보았다. 감독이 츠츠미 유키히코(堤幸彦)다! <케이조쿠(ケイゾク)>, <트릭(トリック, TRICK)>,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池袋ウエストゲートパーク, I.W.G.P.> 등등의 드라마에서 감각적인 영상과 센스, 연출력으로 꽤나 좋아하게된 감독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그런 드라마와 같은 부류의 코미디 영화가 아닐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알츠하이머가 소재라는 것과 매우 진지한 영화라는 것을 눈치채고는 의외에 놀랐다. 하긴 생각해보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愛をさけぶ)>라는 눈물 나는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이제 막 50을 바라보는 중년의 남성 사에키 마사유키(佐伯雅行, 와타나베 켄 분)이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 받고, 열심히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고,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일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국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소재는 물론 이야기 진행은 비슷하다. 사실 달라진 것은 아내가 아닌 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것 뿐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공의 병의 진행에 따른 일상의 변화들에 대한 섬세한 표현은 차원이 달랐다.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가 만나 정말 가슴 뭉클한 영화를 만들었다.

일본 영화가 이렇다할 클라이막스가 없기에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편이라면, 그다지 추천할 영화는 아니다. '지금이 울어야 할 때다.'라며 일일이 관객에게 알려주는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일상에 대한 절제된 표현 속에서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찾는다면, 가슴 깊은 곳에서 감동할 수 있는 영화였다.

위에 보여지는 와타나베 켄의 눈물 글썽한 한국의 영화포스터보다 아래 아내와 함께 길을 걸어가는 일본의 영화포스터가 보다 영화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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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堤幸彦
촬영 : 唐沢悟
원작 : 荻原浩
각본 : 砂本量  三浦有為子
배우 : 渡辺謙  樋口可南子
일본 2005년
서울극장 7관

  • BlogIcon 1004ant 2007.05.15 06:46

    한줄 리뷰지만 뭔가 쏘고 싶어져서 ... 쏩니다... 몇일전 와타나베 켄 방한인터뷰 좋더군요.

    포스터는 아무래도 외국배우이니깐 잘 보이는 걸로 바꾼거같고요... ^^ ttae님의 말에 공감은 하지만요...

    • BlogIcon ttae 2007.05.15 09:34 신고

      그러고보니 일본영화를 잘 모르는 관객이더라도 와타나베 켄은 좀 알려진 편이겠네요. 그저 중년의 동양계 배우의 얼굴을 크게 보여줄 이유는 눈물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
      상호주의에 입각 저도 트랙백을~